많이들 그렇겠지만 나의 뜨개도 우리 엄마와 함께 시작했다.
젊어서는 늘 바쁘셨던 엄마의 일상은 50대 중반쯤 귀농하신 이후에 많이 바뀌셨는데, 그 무렵 뜨개방에도 다니기 시작하셨다.
벌써 7-8년 전인가.
그리고 하루는 오래 전부터 입으시던 브랜드(울티모?였던걸로 기억함) 스웨터를 단골뜨개방에 가져가셔서,
이렇게 뜨고 싶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려 똑같이 만드신 거다.
한참 뜨개에 빠져 계실 때라 뜨개방 선생님과 함께 모델인 옷을 옆에 두고 맞춰가며 떴는데도
엄마 말씀으로는 정말 힘들게 - 서너번 풀어가며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생 끝에 완성한 스웨터는 원본인 옷보다 약간 크고 더 볼륨있게 나왔다.
비슷한 체형인 엄마와 언니에게는 좀 컸고, 결국 셋 중 키가 큰 내 것이 되었다.
그 스웨터는 정말 '백화점에서 산 것보다 예쁜' 옷이었고, 엄마가 손뜨개 해준 것이라고 하면 모두 감탄한다.
해마다 드라이클린해서 보관하고 요즘 꺼내서 열심히 입고 있다.
변형고무뜨기로 두툼하게 떠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가을옷에 어울린다.
볼륨있는 핏도 손뜨개 스웨터에서는 흔하지 않은데 참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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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있는 스웨터 좋다^^ |
그 후 한동안 더 불타올랐던 엄마의 뜨개사랑은 생각보다 빨리 식었는데,
손가락통증이나 바쁜 시골생활 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뜨개방 선생님의 취향이 맞추다보니 점점 만들 것이 없어졌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처음에야 가게에 있는 것 중에 골라도 꽤 뜰 것이 많지만
옷이란데 워낙 사람마다 취향도 다르고 어울리는 것도 다르니 실력이 늘수록 점점 까다롭게 고르게 된다.
뜨고 싶은 옷을 가지고 가서 부탁하는 것도 실을 거기서 산다면야 안 될 건 없지만
뜨개방 선생님 입장에선 있는 것 중 골라 뜨는 손님에 비하면 사실 엄청 귀찮고 까다로운 일이니까.
결국 눈은 높아지시고 만족도는 떨어진 엄마는 재봉틀로 관심을 돌리셨다. ㅎㅎ
어쨌든 이 스웨터는 엄마가 손뜨개해주신 많은 조끼, 원피스, 숄 들 중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이다.
엄마는 가끔 내가 이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시면 뿌듯한 표정으로 "이건 참 예쁘게 떠졌어" 하신다.
그리고 꼭 덧붙이시는, "근데 조금 크게 됐어"
하지만 내겐 잘 맞는 걸 ㅎ
고마워요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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