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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나는 사연을 하소연



어디에서 무얼 하고 살아도 때로 화나고 답답하고 남이 원망스러운 때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풀어가는 게 어른의 의무란 걸 깨달은지 수 년이 지났지만.
그런 일이 생기는 게 반가운 적은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이유로 우울하다. 

부동산 ㅠ ㅠ;


올 봄 고생스럽게 자취집을 옮긴 기억이 잊혀지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작업실 건물주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임대한 공간을 아주머니가 써야겠다며, 최대한 빨리 정리해 달란다. 

하필 이 겨울에. 원래 계약은 가을까지고 자동연장된 셈인데 왜 그때 말씀이 없었냐 했더니 복잡한 사정이 있단다. 

겨울에 매물도 없을 것이고 알아보기도 힘드니 3월까지 있을 수 없겠냐 했더니 자기 사정이 급하단다.

저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했더니 계약이 끝났으니 비워달라고 하는 거란다.

그러면 계약끝나기 전에 말씀해주셔야 되는 거 아니냐 했더니 미안하단다.


... 더 말해 뭐하겠나 싶어 일단 알았고 전화드리겠다는 말로 접었다.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계약서 상으로는 내가 좀 더 버티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봄까지 버티기란 만만찮을테고, 아마도 두 달쯤 더 있는다해도 결국 겨울이사를 하게 되는데 무슨 차이가 있겠나 싶다.

이제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 생각하고 앉았으니 아무 의욕이 없건만.

안타깝게도 도시생활은 우울함조차 번잡스럽다.

가라앉은 기분도 호사라는 듯이 여기저기 전화를 해야하고, 약속을 잡아야하고, 만나보면 별 이상한 사람도 태반이고, 어찌됐든 내 상황과 조건을 적절한 태도로 전달해야하고.
  
다음 약속에는 또 반복.

이것까지는 나름 익숙해지긴 했지만, 
왜 이럴 때 대면하는 사람들은 어딘지 "난 절대 손해보지않겠다" 는 기운이 뿜어나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서울에 살면서 좋은 일도 많았지만.. 해가 갈 수록 정말 임대인으로 살기에는 끔찍한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아아 ... 사람을 미워하고 싶지는 않으니 너를 미워하련다. 

서울아.

나한테 왜 이러니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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